티스토리 뷰
솔직히 말해요. 당뇨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고, 무겁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특히 아침. 배는 고픈데, 뭘 먹어야 할지 몰라 괜히 물만 들이켜거나, 아무것도 안 먹고 나가는 날도 많았죠. 하지만 몸은 정직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혈당은 오히려 출렁이고, 허기가 화로 바뀌고, 마음은 지쳐만 가요.
그런 저에게 변화가 시작된 건, 우연히 시작한 ‘서양식 저탄수 식단’ 덕분이었어요. 거창하지 않아요. 스크램블 에그 하나, 데친 시금치 조금, 무가당 요구르트 한 컵. 그 소박한 식단이 제 아침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결국 제 삶까지 조금씩 바꿔냈습니다. 이 글은 그 변화의 기록이에요.
스크램블 에그: 버터 없이도 따뜻한 위로
아침 공기가 차가운 날엔 유난히 계란이 먹고 싶어져요. 기름 냄새도 자극 없이 포근하고, 노란색은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들어줘요. 예전엔 계란을 프라이로, 반숙으로 먹었지만 요즘은 스크램블 에그를 자주 해요. 달걀 2개를 잘 풀어서, 기름 대신 우유 한 스푼만 넣고 약불에서 조심스레 저어가며 익히면, 말랑하고 촉촉한 식감이 정말 위로가 돼요.
이걸 만들면서 배운 게 있어요. 음식이라는 건 ‘맛’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불 앞에서 조용히 달걀을 젓는 그 몇 분 동안, 잡생각도, 불안도 사그라들어요. 그리고 단백질은 당뇨 환자에게 정말 중요하죠. 혈당 급등을 막아주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줘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그게 이 스크램블 한 접시에 담긴 힘이에요.
시금치: 채소가 이렇게 따뜻할 줄이야
한때 채소는 ‘맛없는 건강 음식’이었어요. 특히 시금치는… 너무 물컹하거나, 비리거나. 그런데 어느 날, 그냥 마늘 조금, 올리브유 한 방울 넣고 시금치를 살짝 볶아봤어요. 그랬더니…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거예요.
그날 이후, 제 냉장고엔 늘 시금치가 있어요. 철마다 맛이 다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아요. 봄 시금치는 달고, 겨울엔 조금 더 짜릿하죠. 시금치는 마그네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당 조절에도 좋고, 피로 회복에도 좋아요.
그냥 삶아 먹어도 되고, 샐러드로도 훌륭하고요. 특히 스크램블 에그 옆에 살짝 얹으면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균형 잡혀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이유? 씹는 맛이 있어요. 아침에 무언가를 꼭꼭 씹고 삼키는 그 행위가, 몸을 깨우는 듯한 기분을 줘요. 시금치는 제게 그런 채소가 되었어요.
요구르트: 단순하지만 진짜 달콤한 마무리
솔직히 말해요. 아침에 달달한 거, 포기하기 힘들죠. 전 늘 그랬어요. 커피 한 잔, 그리고 설탕 듬뿍 들어간 시리얼 한 그릇. 근데 그게 혈당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나선,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래서 찾아낸 게 무가당 그릭 요구르트에요. 처음엔 밍밍해서 적응이 안 됐어요. 하지만 거기에 시나몬 가루 한 꼬집, 블루베리 몇 알, 아몬드 슬라이스 한 줌만 올리면? 그 자체로 완벽한 디저트가 돼요.
당은 낮고, 단백질은 높고, 소화도 잘돼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를 챙기고 있다”는 감정이 생겨요. 건강하다는 것보다, 내가 나를 아끼고 있다는 그 감정이 하루를 바꿔줘요.
요구르트는 제게 아침의 마침표 같은 존재예요. 가볍고, 산뜻하고, 후회 없는 마무리. 그 한 숟갈에 주는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이제는 아침이 두렵지 않아요. 스크램블 에그로 하루를 차분히 시작하고, 시금치로 몸을 깨우고, 요구르트로 마음을 다독이는 식사.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내 몸을 사랑하는 방식이면 그걸로 충분해요.
당뇨를 관리하는 건 의무가 아니라 자기를 향한 작은 배려의 반복이에요. 오늘도 조용히, 따뜻하게, 나를 챙기는 한 끼. 그게 우리가 매일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선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