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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는 단순히 '무언가를 끊는 병'이 아니라, '다시 밥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았죠. 지금껏 내 몸을 위해 먹는 법을 몰랐다는 걸요. 이 글은 당뇨를 겪는 누군가에게, 혹은 그 문턱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상의 식사로 천천히, 묵묵히 당뇨를 완화해 온 사람의 진짜 경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매 끼니를 진심으로 마주하는 일이에요.
균형 잡힌 식사: 무조건 적게 먹는 게 해답은 아니에요
처음 당뇨 진단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지?"였어요. 밥은 무섭고, 빵은 위험하고, 국은 짜고… 결국 야채만 우적우적 씹으며 버티던 초창기. 그런데 어느 날 기운이 쭉 빠져서 병원 갔더니, 영양실조 비슷하게 왔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당뇨 식단이란 ‘덜 먹는 게’ 아니라 ‘잘 먹는 것’이라는 걸요. 균형이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더라고요. 한 끼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섬유질이 적절히 섞여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현미밥 반 공기, 구운 연어 한 토막, 시금치나물, 된장국, 김치 조금. 밥은 줄였지만 단백질과 지방을 든든히 챙겼고, 채소로 부피를 늘렸더니 배도 불러요. 한때는 ‘칼로리 계산’이 스트레스였는데, 요즘은 ‘비율 감각’을 익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너무 얽매이지 않고, 식판 나누듯 머릿속에서 밥 1, 반찬 2, 채소 3 이런 식으로 그려보는 거죠. 식사는 무서운 게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될 수 있어요. 다만, 그 친구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자연식: 돌아갈수록 답이 있다
예전엔 냉동식품이나 배달음식이 일상이었어요. 바쁘고 귀찮고, 그게 그냥 현대인의 삶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당뇨를 겪고 나서, 진짜 변화를 느낀 건 ‘자연식’으로 식단을 바꾼 이후였어요. 자연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에요. 그냥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가공이 덜 된 재료를 먹는 것. 쌀도 흰쌀 대신 현미나 잡곡, 두부나 생선 같은 덜 가공된 단백질, 제철 채소들. 이런 음식을 먹으면 놀랍게도 포만감이 다르고, 혈당도 더 차분하게 움직여요. 특히 저는 ‘국’이 인생의 키포인트였어요. 예전엔 라면국물이나 인스턴트 된장국을 즐겼는데, 직접 멸치육수 내고 나박김치 하나 담가 먹어보니… 이게 뭐랄까, 몸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뇨 전엔 몰랐던 ‘깊은 맛’과 ‘느린 맛’. 자연식은 단순히 건강식이 아니라, 감각을 다시 살려주는 식사 같아요. 물론 귀찮고 번거롭죠. 하지만 하루 한 끼만이라도 직접 지은 자연식으로 바꿔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몸은 금방 신호를 줘요. 덜 붓고, 피곤함도 덜하고, 혈당 수치가 예쁘게 떨어지기 시작하니까요.
유지: 단기 다이어트보다 훨씬 어렵지만 더 가치 있어요
솔직히 말해요. 당뇨 식단을 ‘처음엔 열심히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사람, 정말 많아요. 저도 그랬어요.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게 당장은 없으니까요. 근데 어느 순간 알았어요. 꾸준함이 유일한 약이라는 걸요. 유지란 건 의지를 불태우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스며들게 하는 거예요. 매일 아침 물 한 컵부터 시작해서, 점심은 정해진 시간에 먹기, 일주일에 한 번은 식단 기록 남기기.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어가는 식습관이 나중엔 내 몸을 바꿔요. 가끔은 외식도 하고 싶고, 친구랑 치킨도 먹고 싶고, 다 이해돼요. 중요한 건 죄책감 없이 ‘다음 식사’에 바로 다시 돌아오는 것. 당뇨 식단은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 실수해도 돌아오는 연습이 훨씬 중요해요. 저는 식단을 유지하면서, 제 몸을 더 이상 ‘고장 난 기계’처럼 대하지 않게 되었어요.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더 느리게,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당뇨를 관리하는 방법은 많지만, ‘식단’만큼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도구는 드물어요. 균형잡힌 식사로 영양의 중심을 맞추고, 자연식으로 음식의 본질에 다가가며, 그걸 지치지 않고 유지하는 것. 결국 식단이란 건 숫자나 규칙보다, 삶의 태도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오늘 당신의 한 끼가, 내일의 혈당을 바꿉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따뜻하게 한 숟갈씩 바꿔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