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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한 달쯤 머물렀던 적이 있어요. 관광객이 아닌, ‘그 나라의 아침’을 살아보는 식으로.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숙소 거울 앞에 선 제 얼굴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피부 톤은 더 맑아졌고, 화장이 더 잘 먹고, 특히나 볼 쪽 홍조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뭔가 특별한 걸 한 건 아니에요. 단지, 매일 먹는 음식이 달랐던 것뿐이죠. 낫토, 미역국, 콩, 두부, 다시마 샐러드... 일본 여성들이 피부를 위해 챙겨 먹는 그 음식들이 제 일상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에요.
끈적하지만 마법 같은 음식, 낫토
처음 낫토를 본 건 편의점 도시락에서였어요. 뚜껑을 열자마자 특유의 냄새에 살짝 움찔했죠. ‘이걸 진짜 먹는다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낫토를 흰쌀밥 위에 슥슥 비벼서 먹더라고요. 알고 보니 낫토는 일본 여성들이 미용식으로 가장 많이 먹는 식품 중 하나래요. 발효된 콩이라 식물성 단백질도 풍부하고, 낫토키나제라는 효소는 혈액 순환을 도와서 피부 속 노폐물 배출을 빠르게 해 준다고 해요. 물론 처음엔 저도 잘 못 먹었어요. 끈적이고, 냄새도 익숙하지 않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4~5일쯤 지나니 입맛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피부에도 정말 변화가 있었어요.
바다에서 온 피부영양제, 미역과 다시마
‘미역국은 생일날만 먹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매일 식탁에 올라요. 특히 여성분들은 샐러드나 국물 요리, 반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하더라고요. 미역에는 요오드, 칼슘, 알긴산이 풍부해서 피부 노폐물 배출과 보습 유지에 탁월하다고 해요. 그리고 다시마는 미네랄이 가득해서 피부 장벽 강화에 도움이 되죠.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자주 가던 작은 이자카야에서는, 찬물에 담근 미역에 간장과 유자즙을 살짝 뿌려낸 샐러드가 늘 기본 안주로 나왔어요.
모든 피부 문제에 콩류가 답이다
일본 여성들은 콩을 정말 다양하게 먹어요. 두유는 물론이고, 검은콩, 삶은 콩 샐러드, 두부, 유부, 된장국… 하루에 콩을 두세 가지 방식으로 접하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예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콩 속 이소플라본 때문이죠.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호르몬 변화로 인한 여드름, 생리 전후 피부 트러블, 탄력 저하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돼요. 특히 야근 후 피곤한 날, 아침에 얼굴이 푸석하고 뭔가 부어있을 때 있죠? 그럴 땐 두유 한 잔, 삶은 콩 반 공기 정도 먹으면 훨씬 나아졌어요.
일본에 머물던 한 달, 저는 단 한 번도 피부가 뒤집히지 않았어요. 화장품을 바꾼 것도 아니고, 뭔가를 특별히 챙겨 바른 것도 아닌데도요. 단지 매일 먹는 음식이 바뀌었을 뿐이에요. 낫토, 미역, 콩류… 모두 가격도 비싸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들이죠. 하지만 그 힘은 꾸준함에서 나와요. ‘먹는 화장품’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 순간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