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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이라는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무거운 책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저 먹고 마시는 일상이었을 뿐인 식사가,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건강을 좌우하는 결정이 되어버렸죠. 특히 당뇨 진단 이후에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매 끼니가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저를 위한 식사를 고민하던 어느 날, ‘지중해식 식사법’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멀게 느껴졌죠. 치즈, 와인, 올리브오일… 한국 밥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거든요. 하지만 알면 알수록 이 식사법은 ‘자연을 그대로 담은 단순한 식사’에 가까웠어요. 소박한 채소, 고소한 올리브, 작은 치아시드 한 스푼. 그 소소한 식재료들이 모여 만든 식사의 리듬은, 몸의 리듬마저 조용히 바꾸어 주었습니다. 이 글은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지중해식 식단을 한국인의 밥상에 담아본 진짜 이야기입니다.
치아시드: 작지만 큰 변화를 주는 습관
치아씨드를 처음 본 건 인터넷에서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떠돌던 글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반신반의했죠. 까맣고 작은 씨앗이 그렇게 대단할까? 하지만 식후 혈당이 들쭉날쭉했던 저에게는, 이 작은 변화가 놀라운 안정감을 줬습니다. 치아시드는 수분을 만나면 젤状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어서, 포만감이 오래가고 당 흡수 속도를 낮춰줘요. 저는 주로 무가당 요구르트에 치아시드를 넣어 하룻밤 불려두고, 아침에 과일과 함께 먹어요. 특히 바나나 반 개, 아몬드 몇 알, 그래놀라 조금을 더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식감이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날부터 아침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했어요. 무언가를 억지로 제한하지 않고, 좋은 것을 하나씩 더하는 방식이 제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가끔은 오트밀에도 넣고, 여름엔 아이스티에 톡톡 띄워 먹기도 합니다. 몸에 좋은 걸 ‘억지로’ 먹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즐기게 된다는 것. 그 변화는 아주 작고, 천천히 시작되었지만, 분명히 의미 있었습니다.
채소: 진짜 채소를 먹는다는 것의 의미
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정작 우리 식탁 위엔 가공되고, 양념 가득한 반찬들이 많습니다. 특히 저처럼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채소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형태’로만 찾게 돼요. 하지만 지중해식 식사법을 접하고 나서 채소를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제철 채소를 ‘날것 그대로’ 혹은 ‘심플하게’ 먹는 거예요. 어느 날, 동네 장터에서 신선한 토마토와 애호박, 바질을 사 와서 그저 올리브유에 굽기만 했어요. 소금은 아주 약하게, 레몬즙을 톡 뿌렸을 뿐인데… 그 맛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부드러웠어요. 자연식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죠. 포인트는 ‘채소가 주인공이 되는 식사’ 예요. 한 끼 식사에서 탄수화물보다 채소의 양을 늘리고, 주요 반찬으로 채소볶음이나 채소구이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식사 전체의 혈당 부담이 줄어듭니다. 무엇보다 먹고 나서 몸이 편안해요. 속도 덜 더부룩하고, 식곤증도 줄어들어요. 이젠 마트에 가면 고기보다 채소 코너부터 들르게 되죠. 당뇨를 위한 식단이라기보다, 삶을 위한 식단 같아요.
올리브: 기름을 바꾸면 삶의 질도 바뀐다
지방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저에게, 올리브는 조금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존재였어요. 하지만 지중해식 식사법을 접하며 ‘좋은 지방은 몸의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걸 배웠습니다. 올리브오일을 처음 써본 건 토마토 샐러드를 만들 때였어요. 간단하게 방울토마토에 모짜렐라치즈 조금, 바질잎 몇 장을 넣고 올리브유를 한 스푼 두르기만 했는데, 그 향과 맛이 음식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더라고요. 또 하나는 볶음요리에의 변화였어요. 들기름이나 참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쓰니 더 가볍고 열이 오래가도 산패가 적어서, 조리 시에도 안정적이었어요. 그리고 ‘불포화지방산’ 덕분에 콜레스테롤 수치나 식후 혈당 변화도 더 부드러워졌고요. 올리브 자체도 즐기게 되었어요. 통올리브를 간식으로 몇 알 먹으면 짭짤하면서도 배가 금세 차요. 특히 빵 없이도 만족감을 줄 수 있어서 당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름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 이 간단한 전환이 식단을 더 풍요롭고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지중해식 식사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요리를 하지 않아도, 소박한 재료를 천천히 준비하는 것만으로 식사는 훨씬 따뜻해졌고, 건강도 따라왔어요. 치아씨드는 작은 씨앗이지만 하루를 바꾸는 힘이 있었고, 채소는 밥상의 중심이 되어 마음을 안정시켰으며, 올리브유는 음식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내 몸에 여유를 남겼습니다. 당뇨는 단지 식단 조절만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를 조율하는 일 같아요. 오늘 당신의 밥상에도 작은 지중해가 놓이길 바랍니다. 복잡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 한 숟갈의 변화로도 우리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