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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에 앉는 일이 어느 날부터는 조심스러워졌어요. 그전까지는 배고프면 먹고, 먹고 나면 잊고 그랬는데, 당뇨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는 아침 한 끼가 두려워졌죠. ‘이거 먹어도 되나?’, ‘혈당이 또 오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식사는 점점 회피하고 싶은 일이 돼버렸어요.
하지만 피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몸은 정직해서, 아침을 굶으면 저혈당이 오고, 억지로 먹으면 금세 졸리고, 피곤하고,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마음을 바꿨어요. ‘억지로 먹지 말고, 나한테 맞는 식사를 만들어보자.’ 그게 바로 ‘저당식 기반의 아침 루틴’의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그 식단의 중심에는 늘 계란과 귀리가 있어요.
저당식: 피하는 게 아니라 조율하는 식사
많은 사람이 ‘저당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참아야 하고, 배고프고, 맛없는 식단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저도 그랬어요. 밥도 줄이고, 빵은 끊고, 커피도 무조건 블랙. 근데 그렇게 하니까 몸은 더 예민해졌어요.
중요한 건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 탄수화물을 찾는 거더라고요. ‘탄수화물을 없애는 게 아니라, 당이 천천히 올라가게 조절하는 거죠.’ 그걸 이해한 후부터 아침이 훨씬 편해졌어요.
요즘은 계란 1~2개, 두유 또는 무가당 요거트, 거기에 방울토마토나 아보카도, 브로콜리 같은 채소를 곁들이고 있어요. 저당식은 절제보다는 조율이에요. 내 컨디션과 혈당, 배고픔과 만족감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계란: 하루의 기본을 채우는 든든한 친구
계란은 제가 당뇨 식단을 시작하고 가장 고마움을 느낀 식재료예요. 조리도 간편하고, 가격도 착하고, 무엇보다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식품이죠.
계란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요. 어떤 날은 스크램블 에그로, 어떤 날은 반숙 계란을 잘게 부숴서 샐러드에 넣어 먹어요. 계란과 브로콜리, 그리고 올리브유 몇 방울만 있어도 훌륭한 아침 한 끼가 돼요.
처음엔 기름 없이 삶아서만 먹었지만, 요즘은 가끔 들기름을 한 방울 정도 떨어뜨려서 구워요. 그 고소한 향 하나로 식욕도 돌아오고, 기분도 좋아져요.
귀리: 밥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확신
쌀밥을 좋아했던 저로선 ‘귀리’라는 재료가 대체될 수 있을지 의심했어요. 하지만 귀리를 조금씩 시도하다 보니 이게 참 묘하게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재료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귀리는 당지수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포만감이 오래가요. 특히 아침에 오트밀로 만들어 먹으면 속이 든든하고 혈당도 서서히 오르기 때문에 피곤함 없이 일할 수 있어요.
저는 귀리를 무가당 두유나 아몬드밀크에 불려서 전날 밤 오버나이트 오트밀로 만들어 둬요. 아침엔 냉장고에서 꺼내서 견과류와 치아씨드, 그리고 블루베리나 바나나를 약간 올려 먹어요.
결론
아침이 두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제는 참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대화하며 맞춰가는 식사. 그게 제가 찾은 아침 식단의 핵심이에요.
혹시 당신도 매일 아침 식탁 앞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이 식단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음식보다 먼저 바뀌는 건, 사실 우리의 마음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