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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었어요. “오늘은 뭘 해 먹지?” 이 질문이 하루를 여는 주문처럼 따라다니는 주부의 일상. 그 일상에 ‘당뇨’라는 단어가 들어오고 나서는, 식사가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무조건 피하는 게 아니라, 똑똑하게 선택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이 글은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그리고 당뇨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솔직한 시선으로 쓰였습니다. 두부부침, 쌈채소, 김치—소박하지만 든든한 식단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두부부침: 단백질도 따뜻하게 먹고 싶을 때
처음엔 그랬어요. 단백질을 챙기라고 하니까 닭가슴살, 삶은 달걀만 줄창 먹었죠. 그런데 어느 날, 입안이 너무 심심하더라고요. 뭔가 따뜻하고, 노릇노릇한 게 먹고 싶은 날. 그때 떠오른 게 두부부침이었어요. 아주 오래전, 친정엄마가 반찬 없을 때 해주시던 그 맛.
만드는 법은 정말 간단해요. 부침용 두부를 키친타월로 물기만 쫙 빼서, 소금 조금 뿌려준 다음 들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내요. 기호에 따라 양파채, 부추, 통깨를 살짝 올려도 좋고요. 간장은 피하고 싶어서 저는 다진 깻잎이나 청양고추를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고소하고 부드러운데, 포만감이 진짜 오래가요.
두부는 당뇨에 좋은 저탄수 고단백 식품이고, 열량도 낮아요. 무엇보다 '익힌 단백질'이 주는 심리적인 위안이 크더라고요. “나, 따뜻한 식사 하고 있다”는 만족감. 그거 하나로도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요.
쌈채소: 밥 없이도 한 끼가 되는 법
당뇨 진단을 받고 제일 괴로웠던 게 ‘밥’이었어요. 하얀 밥은 혈당을 올리니까 줄여야 하는데, 밥 없이 뭘 먹나 싶더라고요.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게 바로 쌈채소였어요.
처음엔 상추만 먹었는데, 요즘엔 마트에서 다양한 쌈채소 팩이 나오니까 치커리, 적근대, 케일, 로메인 등등 바꿔가며 먹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케일은 씹는 맛이 있어서 밥 없이도 ‘씹는 포만감’을 줘요. 저는 두부부침이나 구운 연어를 쌈 싸 먹어요. 고추나 마늘을 아주 조금 곁들이기도 하고요.
쌈 하나 싸서 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채워지는 채소향과 노릇하게 구운 단백질이 어우러지면서 “어, 나 이거 밥 안 먹어도 되겠는데?” 싶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쌈채소를 많이 먹으면 섬유질 섭취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서, 식후 혈당 상승도 완만해져요.
식단이란 건 결국, '무엇을 더 먹느냐'의 문제 같아요. 덜 먹는 것보다, 좋은 걸 많이 먹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면 훨씬 쉬워지더라고요.
김치: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많은 사람들이 “김치는 짜니까 안 된다”고 하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김치 없이는 밥상이 허전한 한국인으로서… 저는 고민 끝에 적당히 절제된 김치를 선택했어요. 시중 제품은 너무 짜고 달아서, 요즘엔 직접 간단히 담가 먹어요.
방법은 이래요. 배추나 무를 썰어서 소금 살짝만 뿌린 후, 물에 한번 헹궈내고 양파, 마늘, 고춧가루, 액젓 대신 멸치가루나 다시마 가루로 간을 해서 하루 정도만 발효시켜요. 즉석김치에 가까운 맛인데, 오히려 아삭하고 깔끔해서 더 좋아요. 짠맛을 줄이니, 김치 하나만으로도 식사가 균형을 잡아요.
김치는 그 자체로 발효식품이라 장 건강에 좋고, 당의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줘요. 무엇보다 ‘김치가 있으니 밥 안 먹어도 괜찮아’라는 심리적 만족감이 커요. 익숙한 맛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단이 훨씬 덜 지루해지거든요.
그리고 김치를 담그면서 드는 생각. 아, 이 식단이란 게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내 가족과 식탁을 공유하는 '생활'이란 거예요.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과 정서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라요.
당뇨를 관리하면서 배운 건 단 하나. 식사는 나를 돌보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이라는 거예요. 두부부침처럼 따뜻하고, 쌈채소처럼 신선하며, 김치처럼 정겨운 식단. 주부로서,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며, 나의 건강까지 지켜내는 그 하루하루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작은 용기의 연속입니다. 오늘 당신의 식탁이 조금은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더 다정했으면 좋겠어요.